버저비터. 경기의 끝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며 터진 마지막 득점. 가끔 역전골이 되어 치열했던 경기의 결과를 뒤집는 0.1초의 결정적 순간.
버저비터는 학생선수에서 여자프로농구 선수로, 그리고 체육교사가 된 함예슬 선생님의 인생을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남다른 노력과 준비로 여자프로농구 선수 출신 최초로 중등임용고시에 합격한 함예슬 선생님을
청주여자고등학교 농구부 조수진 학생이 만나 학생선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많은 농구선수를 배출한 청주여고 농구부의 포인트 가드이자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조수진 학생.
여느 또래의 학생선수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운동과 공부,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다.
뉴스 기사를 통해 함예슬 선생님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꼭 한 번 만나 그 고민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었다.
조수진 학생 선생님! 학생 시절부터 프로선수까지 계속 운동만 하다가 어떻게 공부를 해서 선생님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함예슬 선생님 프로농구선수로 평생을 살아갈 수 없으므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그걸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부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지.
조수진 학생 그럼,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선생님만의 비결이 있어요?
함예슬 선생님 공부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나 자신이 공부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부에 대해 잘 아는 사람, 그리고 공부를 잘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의 조언을 듣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해서 학원에 가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배웠어. 많이 부족한 부분은 중학교 또는 초등학교 과정부터라도 차근차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수진이도 매일 훈련하고 있잖아? 그렇게 꾸준히 훈련에 투자한 만큼 매일 꾸준하게 공부에 투자한다고 마음먹으면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을 거야.
조수진 학생 그럼 시험 볼 때 좋지 않은 성적을 얻거나, 떨어질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어요?
함예슬 선생님 우리가 시합을 나가서 한 게임 진다고 다음 게임이 없는 것이 아니듯이, 시험도 한번 떨어졌다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이 과정이 다음 시험을 더 잘 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길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프로농구선수로 평생을 살아갈 수 없으므로,
그걸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부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지.
중등임용고시에 합격 후 서울 영남중학교의 체육교사로 부임한 함예슬 선생님.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는
교육 철학으로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
함예슬 선생님에게 학교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목적으로 두는 곳이 아닌,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와 함께 생활하고 어울리면서
다양한 것을 체험하고 느끼면서 성장하는 곳이다.
함예슬 선생님 그럼 수진이는 운동과 공부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
조수진 학생 아무래도 운동을 하면서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 하니깐 수업시간에 졸리기도 하고, 운동할 때는 몸이 찌뿌둥하기도 해요.
함예슬 선생님 선생님 학교에도 야구부와 체조부가 있는데 일정수준의 시험점수를 넘어야지만 시합에 나갈 수 있는데(최저학력제), 시험을 볼 때 어떻게 준비하고 있어?
조수진 학생 평소 수업시간에 빠지지 않고 모든 수업을 듣고 있고, 특별히 시험 기간에는 야간운동을 빼주셔서 시험공부를 할 수 있게 배려해주세요. 그래서 그때 집중해서 시험을 보고 있어요.
함예슬 선생님 공부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어? 그럴 때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있니?
조수진 학생 반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아무래도 저보다 더 잘 아니깐 잘 알려줘요. 그래서 주로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봐요.
함예슬 선생님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해. 학교에 다닐 때 공부를 잘하고 시험을 잘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관계를 맺고, 선생님들과 함께 관계를 맺어나가는 게 중요한 경험이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운동이랑 공부를 병행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8월에 열리는 농구대회를 앞둔 조수진 학생.
그동안 수없이 경험한 농구 시합이지만, 매번 반복되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다.
학생선수로서 자신과 같은 생활과 과정을 거친 함예슬 선생님의 긴장감 극복 방법이 궁금했다.
조수진 학생 선생님은 운동하실 때 힘든 점은 없으셨어요?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함예슬 선생님 일단 매일매일 그 힘든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운동이 잘 안 풀릴 때? 뜻하는 대로 농구가 잘되지 않았을 때 힘들었던 것 같아. 그럴 때는 먼저 잘 안되는 부분을 개인 훈련을 통해서 보완하려고 연습을 했었고, 그래도 잘 안될 때는 농구를 잠시 내려놓고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난다거나 취미 생활을 통해서 휴식 기간을 가졌어. 잘 안 풀린다고 무리하면 오히려 독이 되거든.
조수진 학생 제가 8월에 농구대회를 나가는데, 시합에 나가게 되면 긴장이 많이 되잖아요……. 선생님도 선수 때 긴장되었던 적이 분명 있었을 텐데 어떻게 긴장감을 극복하셨어요?
함예슬 선생님 사실 긴장감은 시합을 뛰는 과정보다는 시합을 뛰기 바로 직전이 가장 심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연습할 때도 항상 시합을 준비한다고 생각하고 일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 자신만의 ‘루틴(Routine)’을 개발해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해. 예를 들어 몸을 푸는 방식이라든지 마음가짐을 연습할 때나 시합 때나 동일하게 갖는 거지. 그런데 막상 점프볼을 시작하고 나면 오히려 긴장이 풀리지 않니? 점프볼 하기 직전까지만 긴장감을 잘 극복하면 막상 시합에 돌입했을 때는 긴장을 잊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도 잘 안될 때는 시합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펜싱의 박상영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조수진 학생 그럼, 가장 긴장되었을 때는 언제예요?
함예슬 선생님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회를 나가서 계속 좋은 활약을 해서 우리 팀이 결승까지 가게 되었는데, 결승전에는 막상 잘 안 풀렸을 때였어. 그래서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버렸어. 그냥 평소에 하던 대로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3점 슛도 잘 들어가고. 요즘 쓰는 표현으로 경기를 잘 풀어나갈 때 ‘하드 캐리’한다고 하잖아? 그날 긴장감을 극복하고 하드 캐리해서 경기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었고, 결국에는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었어. 그게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야.
조수진 학생 평소에 만나 뵙고 싶었던 함예슬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다양한 조언이랑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일반 학생들과도 잘 어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는 멋진 학생선수가 되겠습니다.
함예슬 선생님 공부와 운동을 모두 열심히 하는 조수진 학생을 보면서 많은 칭찬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와 운동을 모두 열심히 한다는 것은,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불어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과 e-School을 열심히 듣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선 학교 현장의 체육선생님으로서 학생선수 여러분들이 공부와 운동을 모두 병행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학생선수 여러분들 힘내세요. 학생선수 여러분 화이팅!
함예슬 선생님은?
서울 영남중학교 체육교사. 여자농구 명문인 숭의여고를 졸업한 뒤, 여자프로농구팀인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에서 뛰었다. 2010년 은퇴 이후에는 이화여대 체육과학부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하고, 2017년에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과 어려운 상황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여자프로농구 선수 출신 최초로 임용고시 합격이라는 버저비터를 넣은 함예슬 선생님. 오늘도 일선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조수진 학생은?
청주여자고등학교 2학년이자 농구부의 포인트 가드.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날카롭고 민첩한 드라이브 인(Drive In)을 무기로 매 경기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전국남녀 중고농구대회에서는 ‘미기상(美技賞, 아름다운 기술이나 절묘한 기술을 구사한 선수에게 주는 상)’을 받기도 했다. 농구뿐만 아니라 학업에서도 소홀히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학생선수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